
아이를 안아 올릴 때마다 허리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 육아 중인 부모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기띠를 메고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눌리는 듯 뻐근했고, 결국 가까운 거리조차 유모차를 끌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이 통증이 단순히 근육 피로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맥켄지 운동, 허리에 무조건 좋을까?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제가 처음으로 찾아본 것이 맥켄지 운동이었습니다. 맥켄지 운동(McKenzie Method)이란 요추를 신전, 즉 뒤로 젖히는 동작을 반복해 디스크 압력을 줄이는 재활 기법입니다. 허리에 좋다는 말이 많아서 따라 해봤는데, 제 경우에는 오히려 다음 날 더 불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맥켄지 운동이 모든 허리 질환에 맞는 건 아니었습니다. 특히 황색인대 비후가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황색인대 비후란 척추 뒷면을 감싸는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척추관 내부를 좁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에서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반복하면 인대가 더 짧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고, 오히려 요추관협착증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에 맥켄지 운동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본인의 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게 순서였습니다. 무조건 "허리에 좋다더라" 하는 운동을 따라 했다가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허리 통증의 원인을 구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주요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디스크 탈출(추간판 탈출증): 수핵이 밖으로 밀려나 신경을 압박하는 상태
- 요추관협착증: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상태. 황색인대 비후가 원인 중 하나
- 근막통증증후군: 근육 내 통증 유발점이 생겨 뻐근함과 방사통이 나타나는 상태
자신의 유형을 먼저 파악해야 올바른 운동법을 고를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복횡근이 핵심
저도 처음에는 "허리가 아프면 복근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플랭크나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을 시도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허리가 아픈 상태에서 복근 운동을 하려니 오히려 허리에 부담이 가서 며칠 만에 포기했습니다.
문제는 어떤 복근이냐는 거였습니다. 여기서 복횡근(Transversus Abdominis, TrA)이 중요합니다. 복횡근이란 복부 가장 안쪽에 위치한 근육으로, 척추와 골반을 360도로 감싸며 코르셋처럼 몸통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식스팩 근육과는 전혀 다른 근육입니다.
더 놀라웠던 건 이 복횡근이 의도적으로 힘을 줘야만 작동하는 근육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선행 수축(Feedforward Contrac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선행 수축이란 팔이나 다리가 움직이기 0.03초 전에 복횡근이 먼저 자동으로 수축해 몸통을 미리 안정시키는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즉, 뇌가 "이 동작을 할 거야"라고 명령을 내리는 순간, 의식하지 않아도 복횡근이 먼저 켜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허리 통증이 만성화되면 이 자동 수축 메커니즘이 깨진다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 요통 환자의 경우 복횡근의 선행 수축이 지연되거나 소실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이 통증을 반복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출처: 대한재활의학회).
육아 중인 저로서는 매일 아이를 들고, 안고, 이동하는 동작에서 이 선행 수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허리로 간다는 뜻이었습니다. 아이를 안아줄 때마다 눌리는 느낌이 들었던 게 이런 이유였을 겁니다.
땀흘리는 운동 보다 이완이 먼저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허리가 아프면 자꾸 긴장하게 되고, 그 긴장이 오히려 근육을 더 굳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요가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하다 보면 처음 10분은 잡생각이 많다가, 어느 순간 몸이 풀리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이 이완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이완이 중요한 이유는 감각 운동 기억 상실(Sensorimotor Amnesia)과 관련이 있습니다. 감각 운동 기억 상실이란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에 놓이거나 움직임이 제한되면, 뇌가 그 근육의 존재를 점차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복횡근이 제대로 쓰이지 않으면 뇌는 그 자동화 프로그램 자체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관념 운동(Ideomotor Action)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연결됩니다. 관념 운동이란 실제로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이 방향으로 체중을 실겠다"고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리는 것만으로 해당 근육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원리를 말합니다. 뇌 과학 연구에서는 이런 방식의 반복이 2주만 지속돼도 신경 전달 방식이 바뀐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뇌가 허리 통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게 저도 처음에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접근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쪽 발에 체중을 싣겠다고 마음속으로 이미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체중 이동 연습
- 요가나 명상 영상을 틀어놓고 호흡에 집중하며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시간 확보
- 이완된 상태에서 천천히 체중 이동을 반복해 복횡근의 자동 수축을 다시 훈련
병원 치료는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아이 둘을 키우는 저로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이완 중심의 접근을 선택했는데, 이게 오히려 제 상황에는 더 맞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허리 통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강한 운동부터 시작하는 건 순서가 잘못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완과 자동 수축 메커니즘을 먼저 되살린 다음, 통증이 줄어들면 그때 조금 더 강도 있는 근력 운동으로 나아가는 게 현대 재활의학에서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봅니다. 저도 요가, 명상, 부드러운 스트레칭부터 꾸준히 이어가 보려 합니다. 아이를 더 편하게 안아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면서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