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겹살을 먹을 때 하얀 비계 부분만 골라내고 드시는 분들, 저도 어릴 때부터 그렇게 먹었습니다. 돼지기름은 혈관을 막는다는 말을 워낙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실제 영양 성분을 파고들다 보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꽤 다른 사실이 나왔습니다. 오히려 돼지기름이 우리가 건강식이라 믿어온 일부 채소보다 영양 지표가 높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었으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돼지기름 지방산 구성, 억울한 누명이었나
일반적으로 동물성 기름은 무조건 몸에 나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니 그 전제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돼지기름, 즉 라드(lard)의 지방산 구성을 뜯어보면 포화지방산보다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여기서 불포화지방산이란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에 관여하는 지방을 말합니다. 단순히 기름 덩어리라고 뭉뚱그려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성분은 올레산(oleic acid)입니다. 올레산이란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으로, 올리브유의 핵심 성분으로도 잘 알려진 물질입니다. 돼지기름에는 이 올레산이 45~50% 가까이 들어 있습니다. 올레산은 혈관 속 LDL 콜레스테롤, 즉 흔히 말하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반대로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알고 나서야, 어릴 때부터 기름진 부위를 잘라내며 먹어온 습관이 과연 근거가 있는 행동이었나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BBC가 전 세계 과학자들과 함께 진행한 식재료 영양 분석에서 돼지기름은 100점 만점에 73점으로 8위를 기록했습니다. 토마토나 고등어보다 높은 순위였습니다(출처: BBC Good Food). 이 분석이 말해주는 건 단순합니다. 식품의 건강 가치를 단순히 "기름이냐, 채소냐"로 나누는 이분법이 이미 오래된 편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돼지기름에는 비타민 B1, 즉 티아민(thiamine)도 풍부합니다. 티아민이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인 수용성 비타민으로, 피로 회복과 신경 기능 유지에 관여합니다. 언론에서 무언가가 좋다고 한 번 나오면 관련 영양제들이 물밀듯 쏟아지는 풍경을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봐왔는데, 정작 일상 식재료 안에 이런 성분이 있었다는 건 조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궁합 음식, 좋은 성분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제 주변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 흰쌀밥 한 공기 가득 싸먹고, 후식으로 냉면에 콜라까지 곁들이는 조합을 흔하게 봅니다. 사실 저도 그게 고깃집 공식 코스처럼 느껴졌고,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음식이 체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나니, 그 조합이 좋은 성분의 작용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보였습니다.
돼지기름은 따뜻한 상태에서 소화 효소와 만나야 잘 분해됩니다. 그런데 고기를 먹은 직후 차가운 냉면 육수를 들이키면, 위 안에서 기름이 굳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소화 효율을 떨어뜨리고 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프라이팬을 설거지할 때 찬물을 부으면 기름이 하얗게 굳어서 잘 안 닦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고기집 가면 후식으로 냉면을 시키던 습관, 이제는 따뜻한 된장찌개나 누룽지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흰쌀밥과의 조합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인 흰쌀밥은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가 높습니다. 여기서 혈당지수란 특정 음식이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혈당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지방이 함께 들어온 상태에서 혈당까지 급격히 오르면, 체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며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려는 반응이 강해집니다. 고기를 먹을 때 밥보다 쌈채소의 비중을 높이고, 먹더라도 잡곡밥으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반대로 돼지기름의 이점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궁합 식재료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새우젓: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리파아제(lipase)라는 지방 분해 효소가 풍부하여 돼지기름의 소화 흡수를 돕습니다.
- 마늘·양파: 마늘의 알리신(allicin)과 돼지고기의 비타민 B1이 결합하면 알리티아민(allithiamine)으로 전환되는데, 이 물질은 비타민 B1의 체내 흡수율을 최대 20배까지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깻잎: 베타카로틴(beta-carotene)과 철분이 풍부하여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벤조피렌 같은 유해물질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음식의 조합과 조리 방식이 영양소 흡수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차례 안내한 바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좋은 성분이 있어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저는 이게 이번에 가장 크게 와닿은 부분이었습니다.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어떤 성분 하나가 좋다고 보도되면 다음 날 마트에서 관련 제품들이 품귀 현상을 빚고, 부모님 밥상에 처음 보는 무언가가 올라오는 경험을 수없이 했습니다. 그 반대 방향으로, 특정 식품이 나쁘다는 보도가 나오면 아예 식탁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고요. 돼지기름도 그런 흐름 속에 억울하게 낙인찍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건강한 식습관은 한 가지 음식을 맹신하거나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성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균형 있게 섭취하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돼지기름이 좋다고 해서 매일 비계만 먹으라는 게 아니라, 손바닥 크기 정도의 고기를 새우젓, 깻잎, 마늘과 함께 적절히 먹는 것이 훨씬 이롭습니다. 단, 담석증이나 췌장염이 있거나 의사로부터 지방 제한 식단을 처방받으신 분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후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의견 공유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