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을 볼 때 색깔을 확인해 본 적 있으신가요? 솔직히 저도 그냥 바로 물을 내려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촌오빠가 건강검진에서 0기 암 조직이 발견됐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장암은 막연히 나이 든 사람 얘기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20~40대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대장암 증상, 왜 이렇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걸까
혈변이 보이면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장암의 위치에 따라 증상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오른쪽에 위치한 상행결장(ascending colon), 즉 대장의 시작 부분에 암이 생기면 출혈이 있어도 변이 검게 나오는 흑변 형태로 나타납니다. 여기서 흑변이란, 혈액이 소화기를 통과하는 긴 시간 동안 산화되어 변색된 것으로, 겉으로 봤을 때 타르처럼 검고 끈적한 변을 말합니다. 이 경우 복통이나 혈변처럼 눈에 확 띄는 증상이 없어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중 감소나 복부에서 덩어리가 만져질 때쯤 병원을 찾으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면 항문과 직접 연결된 직장(rectum)에 암이 생기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여기서 직장이란, 대장의 마지막 부분으로 항문과 바로 맞닿아 있는 약 15cm 길이의 구간입니다. 이 부위에 암이 생기면 변이 가늘어지거나 선홍색 혈변이 나오는데, 많은 분들이 치질이나 치핵으로 착각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도 치질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 얘기를 꼭 해줘야겠다 싶었습니다. 혈변이 반복되면서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치질이라고 넘기지 말고 반드시 직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솔직히 좀 섬뜩했습니다. 저희 남편이 자주 설사를 하고 장이 약하다고만 생각해왔는데, 단순히 장이 예민한 체질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원인 불명의 빈혈이 지속되거나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면, 이 역시 내장 어딘가에서 만성 출혈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대장암 의심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2주 이상 지속되는 흑변 또는 검붉은 변
- 선홍색 혈변과 함께 변이 가늘어지는 경우
- 원인 불명의 빈혈이 철분제를 복용해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
- 복부에서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지속적인 복통이 있는 경우
- 이유 없는 체중 감소
예방을 위해 당장 바꿔야 할 것들
대장암이 음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공식품을 줄여라"는 말은 워낙 많이 들어서 오히려 무감각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촌오빠 얘기를 들은 후에야, 자취하면서 편의점 음식과 술로 버텨온 식습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했습니다.
특히 과당 음료가 대장 점막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과당 음료란, 액상과당이나 설탕이 다량 첨가된 탄산음료·주스·에너지음료 등을 통칭하며, 대장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점막 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음료에 노출되면, 자극을 받은 대장 점막에서 악성 세포가 형성되기까지 보통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10대에 나쁜 식습관이 자리 잡으면 20대에 대장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또 하나 신경 써야 할 것이 가공육(processed meat)입니다. 가공육이란 소시지, 햄, 베이컨처럼 방부제와 발색제 등 각종 첨가물을 이용해 가공한 육류를 말하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해 놓았습니다(출처: WHO 국제암연구소). 저는 식당에서 반찬으로 햄이 나오면 골라내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데, 처음엔 좀 민망했지만 이제는 그냥 당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하루 1.5~2L의 물을 규칙적으로 나눠 마시면 대장 내 독소 성분이 희석되고, 장 연동 운동에도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장 연동 운동이란, 장이 물결 형태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내용물을 항문 쪽으로 밀어내는 운동을 말합니다. 이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변비가 생기고, 장내 노폐물이 점막에 장시간 접촉하면서 발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내시경, 빠를수록 후회가 없습니다
대장암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대장 내시경(colonoscopy) 하나뿐입니다. 대장 내시경이란, 항문을 통해 카메라가 달린 긴 관을 삽입해 대장 전체 점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초음파나 CT 같은 영상 검사는 보조 수단일 뿐, 점막 이상을 직접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 대장암 환자 수는 33만 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20~40대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정보센터). 이렇게 보면 40대 이전에는 괜찮겠지 싶은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안이함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촌오빠도 그랬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었지만 종합 건강검진을 받다가 대장 내시경을 포함시켰고, 거기서 발견한 용종이 조직검사 결과 0기 암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용종(polyp)이란, 대장 점막에 생기는 작은 돌기 형태의 조직으로, 방치하면 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전암 병변입니다. 크기가 작을 때는 내시경 도중에 바로 제거할 수 있지만,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보호자 동반 조건이 붙거나 별도 입원 처치가 필요해집니다.
저는 위 내시경만 해봤고 대장 내시경은 아직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남편도 함께 예약해서 같이 가봐야겠습니다.
변을 볼 때 잠깐 멈춰서 색깔과 형태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대장 내시경을 적어도 3~5년에 한번 찍 정기적으로 받는것.
이 두가지만 지켜도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과거에 용종이 있었다면 3년 주기로 더 자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대장 건강은 뇌 건강과도 직결된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투자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거나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