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반 공기로 줄이고, 과일은 몸에 좋으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식후에 사과 한 개씩 챙겨 먹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당화혈색소가 전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저도 당뇨 진단 후 한동안 이런 식으로 관리한다고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얼마나 잘못된 방식이었는지 싶습니다. 과일이 혈당을 덜 올린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당뇨 관리에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었거든요.

포도당과 과당, 몸에서 어떻게 다르게 처리되는가
당뇨를 관리하다 보면 반드시 맞닥뜨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밥이 나쁘냐, 과일이 나쁘냐. 저도 처음엔 혈당 수치만 보고 판단했는데, 그게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포도당(Glucose)은 밥, 밀가루, 감자, 고구마 같은 곡식과 구황작물이 소화되면서 만들어지는 최종 산물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밥 한 공기를 먹으면 소화 과정 끝에 거의 대부분 포도당으로 변환된다는 뜻입니다. 이 포도당은 혈액 속 농도, 즉 혈당 수치를 직접적으로 높입니다. 반면 과당(Fructose)은 간에서 먼저 처리되기 때문에 혈당 수치를 포도당만큼 급격하게 올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일을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른다고 알려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이 빠져 있습니다. 과당은 혈당을 덜 올리는 대신, 글리코겐(Glycogen) 저장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지방으로 전환되는 대사 경로를 밟습니다. 여기서 글리코겐이란 간과 근육에 저장되는 포도당 저장 형태를 말하는데, 포도당은 이 저장 단계를 거치면서 지방 전환이 억제되는 반면 과당은 그런 완충 작용 없이 지방 합성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과잉 칼로리 상태에서 과일을 먹으면, 혈당은 덜 오르지만 내장 지방은 더 늘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화 최종산물(AGEs,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입니다. AGEs란 혈액 속 과잉 포도당이 단백질이나 지방에 달라붙어 만들어지는 물질인데, 이것이 체내 만성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주요 매개체가 됩니다. 당뇨 환자에게서 동맥경화증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가 바로 이 AGEs 축적과 연결되어 있고, 심하면 망막 손상으로 인한 실명, 신부전으로 인한 투석, 뇌졸중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뇨 관리에서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사항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현재 당뇨가 있는가, 없는가
하루 섭취 칼로리가 자신의 기초대사량 범위 안에 있는가, 과잉 상태인가
이 두 가지를 먼저 파악하지 않으면, 과일이 좋으냐 밥이 좋으냐는 질문은 답이 없는 논쟁이 됩니다. 당뇨가 없고 칼로리가 적정하다면 사실 둘 다 좋은 에너지원입니다. 문제는 당뇨가 있는 상태에서 과잉 칼로리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경우인데, 이때는 포도당도, 과당도 모두 몸에 부담을 줍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임신성 당뇨를 두 번 겪으며 배운 것, 당화혈색소는 식단으로만 잡힌다
저는 첫째를 임신했을 때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았습니다. 임신성 당뇨란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임신 중에는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인슐린의 기능을 방해하기 때문에, 평소에 혈당 관리가 잘 되던 사람도 임신 중에는 혈당이 오를 수 있습니다. 10개월 내내 야채 위주 식단으로 버텼고,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관리했습니다. 그런데 출산 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임신성 당뇨가 출산으로 자동 해결된다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때부터 약을 시작했고, 지금도 먹고 있습니다.
둘째 임신 때는 더 힘들었습니다. 노산인 데다 혈당 관리에 신경 쓰고 있었음에도 막달에 태아 체중이 빠르게 늘고 임신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서 예정보다 일찍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당뇨가 있는 상태에서 임신은 모든 위험도가 올라갑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단순히 혈당 수치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혈당이 높으면 배란 장애, 생리 불순이 생기면서 임신 자체가 어려워지고, 임신이 되더라도 임신성 당뇨, 거대아, 임신 중독증 위험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젊은 여성이라면, 임신 계획이 있다면, 당 관리는 선택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가장 분명하게 느낀 건, 약을 먹는다고 당화혈색소(HbA1c)가 내려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지표로, 단순 공복 혈당과 달리 장기적인 혈당 관리 상태를 보여줍니다. 약을 먹으면 수치가 잠깐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식단이 무너지면 금방 다시 올라왔습니다. 반대로 식단을 제대로 잡으면, 약을 그대로 먹는 상태에서도 수치가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결국 당화혈색소를 잡는 건 약이 아니라 식단이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포도당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이 상태가 심해질수록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집니다. 초기에 관리를 안 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나빠져서, 나중에는 경구약이 듣지 않고 인슐린 주사까지 써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 단계로 가면 되돌리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약을 먹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사실 가장 위험합니다. 저도 그 함정에 빠진 적 있고, 그 시기에 수치가 올라갔습니다. 당뇨는 약이 보조 수단이고, 식단이 본치료입니다. 당뇨 관리를 오래 하면서 느끼는 건, 이 병은 의지의 문제도 있지만 구조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겁니다. 한국 식문화는 밥이 기본이고, 밥상에서 탄수화물을 완전히 걷어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잡곡밥으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양을 줄이지 않으면 결국 포도당 총량은 비슷하게 들어옵니다. 당화혈색소를 정상 범위인 6.5% 미만으로 유지하려면, 잡곡이냐 백미냐를 따지기 전에 전체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금 혈당이 경계 수치에 걸려 있다면, 약 처방을 받기 전에 3개월만 식단을 제대로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당화혈색소가 내려가면 피로감이 줄고, 단 것을 덜 찾게 되고, 몸이 확실히 가벼워집니다. 저도 직접 느꼈습니다. 그 차이를 한번 경험해보면, 관리를 지속할 이유가 생깁니다.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당뇨 진단 및 치료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