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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암 극복 (대장암, 마라톤 운동효과)

by hjy7051 2026. 4. 26.

 

 

저희 아버지가 마라톤에 빠지셨을 때, 솔직히 처음엔 말렸습니다. 볼이 푹 패이고 몸이 너무 말라가는 걸 눈으로 보면서 "적당히 하셔야죠"라고 했는데, 정작 그 덕분에 당뇨 지병이 눈에 띄게 좋아지셨습니다. 그때 제가 그냥 같이 뛰었더라면 어땠을까. 암 수술 후에도 달리기로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그 후회가 더 진하게 남습니다.

대장암 수술 이후에도 달릴 수 있을까

혹시 암 수술을 받으면 그냥 푹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막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장암 수술 후 불과 1년 만에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고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이 있습니다. 2022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박현준 씨입니다. 그는 2025 서울 어스마라톤에서 2만 명의 러너 중 가장 먼저 들어왔습니다. 100m를 17.4초 페이스로 달린 기록이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직장암으로 항문과 직장을 절제하고 평생 장루를 달게 된 이광성 씨입니다. 장루(腸瘻, stoma)란 대장이나 소장의 일부를 복벽 밖으로 꺼내 만든 인공 배변구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복부에 주머니를 부착해 배변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도 그는 항암 치료가 끝나고 두 달 만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200m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200m에서 시작해 경주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단순한 의지력 무용담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항암 치료 직후부터 운동을 시작한 대장암 환자들을 장기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운동에 참여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암의 재발 및 2차 암 발생률이 28% 감소했고, 사망의 상대적 위험도가 37% 낮게 나타났습니다(출처: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무병 생존율(disease-free survival rate), 즉 암이 재발하지 않고 살아있는 비율도 운동 그룹이 더 높았습니다.

5년 무병 생존이란 수술 후 5년간 재발 없이 생존한 상태를 뜻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이후 재발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봅니다. 의료진에 따르면 운동은 고위험 대장암 환자군에서도 재발률을 7~8%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달리기가 이렇게 강력한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암 치료로 저하된 심폐 기능과 근력을 회복시킵니다
  • 면역 기능을 자극해 암세포 억제에 도움을 줍니다
  • 정신적 회복감, 즉 "나도 살아있다"는 정상성 회복에 기여합니다
  • 재발 및 2차 암 발생 위험을 수치적으로 낮춥니다

마라톤이 주는 운동효과, 건강 이상의 무언가

달리기가 몸에 좋다는 건 알고 계시죠. 그런데 달리기가 암 환자에게 주는 것이 신체 건강만이 아니라는 점,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광성 씨가 항암 치료 후 처음 뛰던 날의 묘사를 들었을 때 제가 꽤 오래 멈칫했습니다. 폐가 찢어질 것 같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서 걷다가 조금 뛰다가를 반복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하프마라톤 완주가 됐고, 그 순간 소리를 질렀다고 했습니다. 저는 운동을 안 하는 입장이라 그 감각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 기분이 어떤 건지 상상이 되더라고요.

박현준 씨도 달리고 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했습니다. 암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달리면서 씻어낸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닙니다. 달리기를 포함한 유산소 운동은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춥니다.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를 유지하면 면역 기능 저하와 염증 반응을 유발합니다. 달리기가 이 코르티솔 수치를 조절해 심리적 안정과 면역력 회복을 동시에 돕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운동 그 이상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마라톤에 빠지시는 걸 보면서 당뇨가 좋아지는 걸 직접 목격했습니다. 당시엔 마라톤이 살을 너무 많이 빼게 한다는 걱정이 앞섰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게 그렇게 좋은 신호였던 겁니다. 체지방이 줄고 근육이 붙으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졌던 거죠.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란 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며, 이게 개선되면 혈당이 안정됩니다. 그때 저도 함께 뛰었더라면, 지금 제 몸 상태가 달랐을 겁니다.

운동의 효과는 알겠는데 몸이 무거워서 달리기가 무릎에 부담될 것 같다는 생각, 저도 지금 정확히 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광성 씨가 200m부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계속 걸립니다. 처음부터 풀코스를 노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그게 오히려 더 와닿습니다.

운동이 암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국내 의료계에서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대장 절제 수술 이후에도 달리기 같은 운동이 근력 강화와 장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임상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엔 진짜 걷기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홈트레이닝으로 코어 근력부터 쌓고, 천천히 빠르게 걷기로 넘어가고, 그 다음이 달리기입니다. 거창한 목표보다 200m 완주를 먼저 목표로 잡아보려 합니다.

건강할 때 지키는 게 맞습니다. 이미 몸이 나빠진 다음에야 절실해지는 게 사람 심리인 것 같아서, 이 글을 쓰면서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달리기 한 번으로 뭔가 달라질 것 같은 확신은 없습니다. 그런데 달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건 분명합니다. 암을 이겨낸 분들이 달리면서 찾았다는 그 성취감, 저도 언젠가 느껴보고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른 운동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ABkcKFn-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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