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젯밤에 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몸이 퉁퉁 부어 있고, 뭔가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멍한 느낌. 이게 단순히 피곤한 건지, 아니면 뭔가 다른 건지 가늠이 안 됩니다. 저도 그 상태로 한참을 지냈습니다. 나중에야 갑상선 기능저하증 진단을 받고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습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온몸에 영향을 주는 배경
갑상선이라는 기관을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목 앞쪽에 달린 작은 샘 조직 하나가 이렇게까지 온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잘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갑상선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은 T4와 T3 두 가지입니다. 여기서 T4란 갑상선이 대량으로 혈액 속에 내보내는 비활성 형태의 호르몬으로, 그 자체로는 직접적인 대사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T4가 간, 장, 뇌, 근육 같은 표적 장기에 도달하면 그때 비로소 T3로 전환됩니다. 여기서 T3란 실제로 세포 대사를 활성화시키는 활성 호르몬입니다. 갑상선에서 직접 분비되는 T3는 전체의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T4가 전환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전환 과정이 각 장기의 건강 상태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간이 약하면 간에서 전환이 잘 안 되고, 장이 약하면 장에서도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갑상선 호르몬 자체를 보충해줘도, 장기가 약하면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메커니즘이 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신지로이드를 복용하면서 확실히 덜 피곤한 날이 있고, 약을 깜빡한 날은 오후부터 몸이 눈에 띄게 처집니다. 그런데 약을 꼬박꼬박 먹어도 붓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고, 멍한 느낌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스위치를 켰는데도 전자제품이 시원하게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갱년기 여성에게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한 이유가 있습니다. 에스트로겐은 심장을 강화하고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갱년기로 접어들면서 에스트로겐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동시에 갑상선 기능저하까지 겹치면, 혈관과 심장을 지켜주던 두 가지 기전이 동시에 사라지는 셈입니다. 충격이 두 배가 됩니다. 반면 테스토스테론은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남성은 같은 갑상선 기능저하 상태에서도 증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0년 UCLA 코스케 이노우 교수 연구팀이 미국 성인 약 9,000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갑상선 기능저하를 인지하지 못하고 7년을 보낸 여성의 사망률이 정상 여성에 비해 두 배 높게 나타났고, 사망 원인의 14%가 심혈관 질환으로 확인되었습니다(출처: UCLA Health).
갑상선 기능저하증 원인은 여러가지
신지로이드를 처방받고 처음에는 이걸 먹으면 다 해결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약이 분명히 도움은 됩니다. 복용 여부에 따라 몸의 차이가 체감될 정도로 효과는 있습니다. 그런데 붓기, 무기력함, 체중 증가, 이런 문제들은 약만으로는 온전히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알고 보니 납득이 됐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일종의 스위치입니다. 스위치를 교체해도 그 안에 돌아가는 모터가 약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장기 자체가 약한 상태에서는 호르몬을 보충해줘도 한계가 있습니다.
SCFA(단쇄지방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서 SCFA란 장내 유익균이 식이섬유를 발효할 때 생성하는 물질로,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키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등 대사 활성화에 관여합니다. 장이 건강해서 SCFA가 충분히 분비될 때, 장에 도달한 T4가 T3로 잘 전환됩니다. 반대로 장 내 환경이 무너져 있으면 이 전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대사 자체가 계속 떨어진 상태로 유지됩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몸에 미치는 주요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열 생산 저하: T3가 감소하면 간에서 ATP 생성이 줄어들어 체온이 떨어지고 손발이 차가워집니다.
- 지방 축적 증가: 지방 분해 신호가 줄어들고, 에너지보다 저장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대사가 기웁니다.
- 심장 기능 저하: 심근(심장 근육)의 수축력이 약해지면서 박출량이 줄고, 전신에 공급되는 혈류가 감소합니다.
- 뇌 기능 저하: T3가 뇌세포를 충분히 자극하지 못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동반됩니다.
- 부종(담음): 혈류가 느려지면서 체액이 정맥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하체 등에 고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2015년 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갑상선 기능저하 상태에서 인지 기능 장애 위험은 약 1.56배, 치매 위험은 약 1.8배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출처: 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멍하고 기억이 잘 안 나는 느낌이 단순한 피로가 아닐 수 있다는 점, 제가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더 실감했습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생활관리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따로 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몸이 피곤하니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지쳐서 꾸준히 이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살은 빠지지 않고, 피곤함은 계속되고, 무기력함에 우울감까지 찾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사이클이 한번 돌기 시작하면 빠져나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혈류 순환을 살리고, 장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잘 작동하려면 그 호르몬을 받아줄 장기들이 튼튼해야 합니다. 유산균 섭취로 장내 환경을 개선하면 SCFA 생성이 늘어나고, 이는 T4에서 T3로의 전환을 돕습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하체 근육을 쓰는 가벼운 움직임이 정맥 순환을 촉진해 부종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갑상선 기능저하 상태에 있다면 신지로이드 복용을 중단하거나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약은 반드시 필요하고, 복용하지 않을 경우 앞서 언급한 심혈관 위험이 실제로 높아집니다. 다만 약은 시작점이고, 그 위에 혈류와 장기 기능을 함께 관리해 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방향입니다. 몸의 기능이 조금씩 살아나면 육아도, 하루하루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저도 하나씩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갑상선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